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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ur Eden Sicilia | 1th | report 본문

커뮤

Arthur Eden Sicilia | 1th | report

주화입마 금치 2020. 9. 14. 23:57

 아서는 조용히 수업 내용을 복기하고자 페이지를 넘겼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돌아간 교실은 지극히도 조용했기에 아서의 숨소리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히 채웠다.

 

 

"늑대인간..."

 

 이미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던 바가 있었다. 늑대인간은 인어와 켄타우로스 그리고 집요정과 같은 이형의 존재. 다만 그 전염성이 강력하여 늑대인간에게 물린 자는 대부분 괴물로 변했다. 물론, 인간상태인 늑대인간에게 물리면 괜찮았으나 늑대인간으로 변신한 이가 물어 그 타액과 혈액이 섞이면 전염이 되었다. 어찌 보면 유럽에서 흔히 화자 되는 뱀파이어나 드라큘라를 떠오르게 했다. 아서는 깃펜으로 양피지를 두어 번 톡톡, 두드렸다. 오늘의 과제는 이 늑대인간과 관련된 수업에서 느낀 점이나 인상 깊고, 생각하게 된 부분을 적어서 제출하는 것이다.

 

 아서는 늑대인간에게 전염되는 그 경로와, 늑대인간으로 변이 된 사람이 겪는 증상을 배웠다. 또한 그에 유효한 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아서는 그것들이 썩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이 늑대인간이 아니었기에 나오는 무관심이기도 했고, 마법 사회에서도 꽤나 드문 케이스여서 허황된 얘기 정도로 느껴졌기 때문이다.(놀랍게도 아서는 태어나서 현재까지, 늑대인간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점이 빠졌는데 말이지."

 

 늑대인간에 대한 내용들을 차례대로 밑줄 그어가며 읽다 보니, 아서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태초의 늑대인간에 대한 설화나 작은 이야기마저 없을까. 모든 일의 결과에는 반드시 그것을 일어나게 한 원인이 존재하였다. 호그와트는 네 명의 마법사들이 만들었다는 설화가 남아 있었고, 기숙사를 배정하는 신기한 모자는 창립자 네 명의 뇌 일부분이 들어갔더라, 같은 작은 일화가 그러했다. 그러나 늑대인간과 관련된 설화나 이야기는 최근의 것들만 존재할 뿐 태초의, 원인이라 할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처음 누군가가 늑대인간으로 변하였기에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텐데.

 

"거기에 대한 조사는 하지 못한 걸까."

 

 아니면 하지 않는 걸까. 어찌 되었건 늑대인간으로 변모한 자는 결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현재의 아서로서는 그런 결론에만 도달했다. 약간의 동정심, 약간의 측은함. 그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늑대인간의 개체수가 많아, 마법사들에게 위협이 되었더라면 토벌되었을 테니까. 에머랫 피카디 같은 교수들이 많았더라면, 아니면 늑대인간에게 가족을 잃은 자들이 많았더라면?... 아마 현재 아서가 배우게 될 교과 내용에 '늑대 인간에게 물린 상처 치료법'이 아닌 '늑대 인간을 효율적으로 토벌하는 방법과 이후 사체 처리 방법'이 기재되었을지도 모른다. 머글 인류에 비하면 마법사들은 훨씬 그 수가 적었다. 전혀 불가능하지 않은 가정에 도달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아서는 깃펜은 꽂아두고, 빈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늑대인간에 대한 법은 과연 동물보호법을 적용해야 할까 인권을 적용해야 할까. 애초에 신비한 동물로 분류가 된다면, 거기에는 인간이 동물로 변모했을 경우 지켜질 수 있는 법이 존재하는 가? 만약, 늑대인간이 사람을 죽였을 경우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는 가? 아니면 살려,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가. 자신과 동떨어져 있었기에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호기심에 손 뒤집듯 자세히 파고드니 복잡하게 다가왔다. 아서는 마법사 사회에 발 담그고 살았음에도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듣거나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을 잘 배척해냈다. 일보를 펼쳐보아도 자세한 내용보다는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스큅에 대한 시선도 좋지 않은 현대 마법 사회에서, 늑대인간의 인권이 과연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가? 아서는 깃펜을 다시 들고는 양피지를 써 내렸다.

 

"과연 그들은 인간인가, 인간이 아닌가. 인간이 아니라면 그들은 무엇인가."

 

 곧 양피지 다섯 장을 채운 아서는 앉아있던 자리를 정리했다. 어쩌면 궤변 일지 모르는 생각들을 쏟아낸 양피지에는 휘갈겨 쓴 글자가 가득했다. 곧, 아서가 자리를 뜬 교실은 아무도 남지 않았고 고요한 적막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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