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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壤之客 본문

커뮤

黃壤之客

주화입마 금치 2020. 9. 10. 23:26

 

  해야할 일을 모두 마쳤기에, 아서는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바라던 바도, 계획하였던 바도 모두 완벽하게 이루어진 졸업식 날. 아서는 자신의 지팡이를 꺼냈다.

 

"더 이상 너도 고생할 필요 없어"

 

  유연한 지팡이는 한 곳에 집중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곧 부러졌다. 파삭, 거리는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 뒤 지면에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다정한 말과는 달리, 아서의 지팡이는 호그와트의 잔디 밭에 아무렇지도 않게 부러져 그 운명을 달리했다.

 

 

 

**

 

 

 

  시칠리아 가문은 마법사 일원이 많았음에도, 정작 마법사회에 녹아들어 사는 이가 드물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는 단 둘 뿐이었고, 그들은 아서의 아버지와 형 이었다. 아서는 호그와트를 졸업하였음에도, 그 어떤 이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고 귀에도 들리지 않았으며 찾는 이 또한 없었다. 마치 호그와트의 소문처럼 애초에 아서는 유령이 아니었을까, 사실 시칠리아 가문에는 아서라는 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었던 것은 아닐까. 추문은 불거졌지만 가쉽일 뿐, 아서의 아버지가 이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재능도, 존재감도 없는 평범한 마법사의 실종, 혹은 소문은 마법사회에 큰 관심거리는 아니었기에 곧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모든 것이 아서가 바라는 대로 였고, 아서의 계획대로 였다. 아서는 삼켜버린 태만을 느긋히 소화시키며 모든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자 했다. 소문이 잠잠해지고, 모두가 아서에 대한 것을 입에 올리지 않을 때 까지 그는 형이 준 작은 저택에서 홀로 지냈다. 혼자 식사를 준비했고, 청소를 하고 모든 의식주를 해결하며 시간을 보냈다.

 

  때때로 글을 쓰기도 했고, 조용히 찾아온 떠돌이 개에게 밥을 주기도 했다. 가끔 나비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고, 또 어느 날은 비가 왔기에 하루 종일 집에만 있기도 했다. 홀로 지냈기에, 말을 할 필요성이 없었던 아서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어떤 단어도 말로 하지 않았다. 아서가 홀로 지내는 저택은 늘 고요하고 적막에 쌓여 있었으며, 때때로 메마른 낙엽 같았다.

 

" ... ..."

 

  그래도 달이 가장 차오르는 날을 기준으로 한 번씩은 아서의 형이 그 저택을 방문했다. 둘은 서로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아서는 그저 형으로부터 편지를 받았고, 형은 아서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일이  끝나면 곧장 저택을 나갔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형의 손에는 그 무엇도 들려 있지 않았고, 형제는 아주 오랜만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 아버지가 널 찾아."

" 네가 예전에 썼던 글을 읽으신 모양이더라."

" 아서, 부탁이야."

" 너는 ... 다 가지고 있잖아?"

" 제발, 제발 ... 시칠리아의 이름을 버리고... 내 눈앞에서, 아니 영국에서 사라져줘."

 

  일방적인 부탁, 애원이 대화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적어도 그것은 대화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아서는 형이 애처롭게 제 팔을 붙들고 부탁하는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때로는 숨죽이고 살라며 타박하기도 했고, 또 어떤 때에는 지팡이를 들어 위협하기도 했다. 아서는 눈을 감았다. 어릴 적에는 형의 모든 비난과 힐난이 두려워,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기 바빴다. 그리고 다를 것 하나 없이 성장한 지금도 ... 아서는 형의 부탁이 두려웠다. 처음에는 모두의 기대가 무거워서 도망쳤는데, 이제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기대가 아서를 짓눌렀다.

 

" ... 원한다면, 정말 유령이 되어줄 수 있어. "

 

" !!! "

 

" 앞으로 찾아오지 않아도 돼. 그 어디에도 없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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