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어도아이스아메리카노로 GO
Arthur Eden Sicilia | 1th | Flight Test 본문
날씨가 좋았다. 구름은 햇빛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만 떠 있었기에, 비행 시험을 치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순조로운 날씨였다. 아서는 이것이 못마땅했다. 제일 뒤로 미뤄두고 싶었던 것이 비행 과목 이었건만, 시험은 아서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불시에 닥친 비행 시험은 아서로 하여금 큰 용기를 내도로 부추겼다.
"어째서 이런 과목이 필수냔 말입니까. 차라리 회계나 세무를 배우는 것이 성인이 되었을 때, 훨씬 효율적이고 실용적일 것 같습니다만."
아서는 볼멘소리를 내며 공용 빗자루를 집었다. 다른 학생들이 순서에 맞추어 시험을 치르는 동안 몇 번이고 속으로 되내였다. 할 수 있다, 침착하게 하자. 그리고 당황하지 말자고. 비행 과목은 특히나 과제를 아직 끝내지 않았던 만큼, 연습이 부족해 더욱 초조했다. 에코와 함께 연습을 조금이라도 더 했더라면 나았을까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빗자루를 손가락으로 쓸어보며 아서는 몇 가지 사실을 기억해냈다. 첫 째, 자신의 형이 과거 호그와트 재학시절 무렵 래번클로의 수석 파수꾼이었다는 점과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로 퀴디치를 즐기셨다는 점이었다.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 집 근처에 거주하던 다른 마법사 가정의 아이들은 곧잘 퀴디치를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서재에서 독서하기를 즐겼던 아서로서는 그것이 영 이해가 가지 않았다. 퀴디치는, 비행은 아서에게 비합리적이고 위험성이 많이 잠재된 것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린 마법사들을 위한 빗자루는 애초에 높게 올라가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다지만 일단 지면에서 조금이라도 뜬다면 그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음은 .. 아서구나."
잠시 사색에 빠져있던 차, 아서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정신을 차렸다. 위험하고 비합리적인 비행, 그러나 필수 교과목이기에 대충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서는 빗자루를 지면에 놓고 차분하게 숨을 골랐다.
"위로!"
초조한 감정을 담아 외친 탓일까, 빗자루는 다소 진동하며 아서의 손에 안착하였다. 아서는 뒤이어 빗자루를 잡고 그 위에 올라섰다. 빗자루가 미끄러울까 염려되어 장갑까지 낀 아서는 빗자루 대를 힘주어 잡고 발을 살짝 찼다. 미동이 없는가 싶더니, 느릿하게 아서의 발이 지면으로부터 점차 멀어졌다. 너무 높이까지 올라가기엔 아서는 겁이 많았다. 그래서 교수님의 머리 언저리까지만 올라간 뒤, 빗자루를 똑바로 하고 차분하게 떠있었다. 이 정도 높이는 썩 우수하지도, 그렇다고 영 못나 보이지도 않았다. 분명 노력한다면 이 보다 더 훌륭히 해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아서의 관심 밖이었다. 비 효율적인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았기에 아서는 조금 더 그 높이를 유지하다가 착지했다. 딱 보통의 학생이 아주 적당한 평균 정도의 성과를 보인 느낌으로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끝나자 교수에게 인사를 드린 뒤, 곧장 빗자루를 원래 있던 자리에 정리해 넣었다. 2학년이 된다면 개인 빗자루 소지가 가능하다지만, 구태여 그래야 하나 싶었다. 이 호그와트를 제외한다면 마법사회에서 플루 네트워크로 이동하지 못할 곳이 드물었다. 애초에 날씨에 관여를 많이 받고 위험성이 높은 비행을 꼭 배워야 하는 걸까. 여전히 까칠하고 모난 생각을 하며 아서는 장갑을 벗었다. 형은 무엇하러 이런 것을 즐겼고 퀴디치 선수까지 했었나란 생각도 들었다. 잘못해서 추락한다면, 운이 좋을 경우 살 수 있겠지만 최소 골절이다. 뼈가 산산조각이 난다면 마법약으로 해결할 수는 있겠으나, 아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유추하건대 고통마저 감내해야 할 것이다. 퀴디치 경기는 최소 3~4층 건물 높이까지 떠오른 다음 진행이 된다. 사람은 강하면서도 약한, 모순적인 존재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인 순간이 있는 반면,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쉽게 다치고 죽는다. 마법사도 인간과 다를 것이 없기에 2층 건물 높이에서 머리부터 떨어지면 확실하게 죽는다.
"... ... 부질없군요."
시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복도, 인적이 드문 곳이기에 조용했다. 그럼에도 아서는 비행을 즐기고, 또 퀴디치를 기대하는 몇 학생들이 생각나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은 다치지 않기를, 그 기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즐거움만 느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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