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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 미카엘 바르바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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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 미카엘 바르바샤

주화입마 금치 2021. 2. 27. 23:50

song : Your Last Breath, KIVΛMKII

 

**

마침표가 찍혔다는 것은 

**

 

 

  삶을 치열하게 살았기에, 우리는 후회를 한다. 노력하였기에 좌절하고, 희망을 품었기에 절망하고 만다.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진심을 쏟았다는 증거였으며,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것 또한 그 무렵을 소중히 간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카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잊어버린, 행복에 집착하며 손에 쥔 삶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미카엘이 카수스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이전, 상관은 미카엘에게 입단을 권유하지 않았을 것이고... 미카엘은 살루타리스에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매 순간, 미카엘은 제게 있어 최선의 선택을 했다.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어내고 싶어서였다. '그 순간,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 도움이 되었다면, 기쁩니다 세실. "

 

  그러니, 너와 내가 가지는 이 감정은 분명 유한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였다.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이루기엔 너무나 찰나에 가까운 시간에서, 거짓 없이 진심을 다했다고. 후회가 없었다면 다행이었지만, 있었다고 이상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미카엘은 후회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이 나뉘어 있었다. 이제와서는 아무 소용없는, 파편에 불과하지만.

 

  " 무엇이 우릴 이렇게 가른 걸까요. 분명 다른 환경에서 자라, 살루타리스에서 만났습니다. 이후 모두가... 피우스로 입대했지만, 결국 마지막 선상에 서있는 위치가 다르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분명,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테지요. "

 

  그리 말하는 미카엘 자신 또한 그러했다. 뒷골목에서의 사건이 아니었다면, 행복에 집착하며 이기적으로 굴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랬더라면 아마 네가 서 있던 그곳에 자신도 있었을 거라고, 그리 짐작할 수 있었다. 모두의 선택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선택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라였다.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고, 우는 사람이 없기를. 덧없다고 말하는 이가 없기를.

 

  " 우린, 과연 바다 위를 걸어갈 수 있을까요.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일단 지면에서 떠 있는 건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된다면 빙하에 누워 오로라를 보고 싶습니다. 세실, 그대와 보고 싶습니다. "

 

  만약 여기서 더 사람이 늘어난다면(그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겠으나) 작은 빙하에 다 함께 모여 눕게 되는 것일까. 상상하면, 프롬에서 모두와 함께 둥글게 춤추자고 말했던 일이 생각났다. 순간, 웃음을 터뜨리는 세실을 보며 미카엘이 고개를 기울였다.

 

" 그렇다면, 긴 시간이 지나 이루어지게 된 걸까요. 그때는... 이런 여행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텐데, 조금은 쓸쓸합니다. 원래 여행의 묘미란 좋은 풍경과 함께 지역 특산물을 사 먹는 사치가 필수이지 않습니까. "

 

  하지만 우리는 정처 없이 떠돌게 되었고, 사치에 가까운 것을 즐길 수도 없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반쪽에 불과한 여행이었다, 애초에 이걸 여행이라 부르며 서로를 다독이는 지금의 모습은... 누군가 관찰한다면 필시 '기이하다'라 말할 테지만. 그럼에도 미카엘은 일그러진 지금이 좋았다.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세실을 부수려 했을 테고, 세실은 자신을 막으려 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우리가 이리 마주할 시간이 있었을까. 자신은, 네게 모든 것이 진심이었노라 털어놓을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없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건 약속입니다. 미래라고 했으니,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인 겁니다. "

 

  자신은 수차례 약속을 깨버렸으면서, 다른 이가 들었더라면 기함을 토해냈을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었다. 미카엘이 여전히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말이었다.

 

  " 세실, 나의 시간을 관찰해주시겠습니까. 나는 그대가 관찰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無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그러니 곁에 있어주십시오, 나 또한 그대가 여기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노라고 증명해드리겠습니다. 내가 그대에게만큼은 살아있는 이라고 착각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

 

  말이 구구절절했지만, 요약하면 ' 당신이 필요합니다. '라는 말이었다. 세실이 미카엘을 관찰하기에 세계에 미카엘이 있었다. 아마 미카엘 혼자였더라면, ' 이건 사후에 내가 꾸는 꿈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미쳤구나. 그리 여겼을 텐데. 그렇게 영겹의 시간을 보내다 결국 자신이란 것을 잃었을 텐데. 네가 있어서, 지금의 자신이 이리 존재한다고. 말주변 없이, 그저 솔직하게 말하고 말았다. 애초에 미카엘에게 화려한 언변은 없었다. 가식으로 점철된 말은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국 말보다 행동이 설득에는 최고였다. 미카엘이 손을 뻗어 세실의 꽉 쥔 주먹을 잡았다. 너는 그 말을 뱉기 위해 용기를 내었구나, 그러니 나도 언제나 진심 일 것이라고.

 

  "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해서... 조금이나마 따뜻한 내일이 되기를, 그리 바랍니다. "

 

  우리의 겨울은 이곳에서 영원할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이들의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불어야만 했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런 형태임에도 그것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혼자가 아닌, 너와 함께 살아남은 이들이 찍는 마침표를 말이다. 그 이후에는 여행을 갈 것이고,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찌 될까. 어쩌면 우주로 나아갔을까, 밤하늘에 빛나던 별을 눈에 담으러 갔을까. 그때에도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고 지내고 있을까. 불확실했던 자신의 마침표 너머로, 새로운 페이지가 보인 것 같았다.

 

 

 

 

**

새로운 문장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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