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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분수, | 미카엘 바르바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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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분수, | 미카엘 바르바샤

주화입마 금치 2021. 2. 22. 04:47

 

夢遊病者は此岸にて piano, 桜だもん。/Sakura damon。

 

 

 

 

 

 

**

 

이상과 확신, 자신은 이상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

 

 

 

  미카엘 바르바샤는 바닥을 본다. 누군가는 그것을 버릇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주눅이 든 것 같다 말했다. 정답은 없었다. 미카엘은 태어나 지금까지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을 지독히도 낯설어했다. 이전에는 다른 곳을 보거나 눈을 굴렸지만, 군인이 되고 나서는 그러한 행실이 책 잡힐 수 있었다. 그래서였다, 줄곧 바닥을 보고 고개를 숙이게 된 것은.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세실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약간의 죄악감과 죄책감. 그리고 자신의 무책임했던 과오를 되새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이런 말을 듣고마는 것이다.

 

  " 정작 그런 질문을 처음 던졌던 건 당신이었으면서. "

 

  미카엘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잊지 못한 것에 가까웠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은 실체를 알기 어렵다. 이상이란 거창하나, 그 실상을 파고들면 부숴지기 보다는 흩어지는 쪽에 더 가까웠다. 과거의 세실을 보며 미카엘이 느낀 것이 그러했다. 이상이 흩어져서, 스스로가 무너지면 어떡하지.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있냐 물어보면서도, 정작 그 자신이 대답하지 못했다. 미카엘이 가진 이상이란 오직 자신의 안위와 미래만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 이유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미카엘은 경솔하였고, 오만하였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흥미, 약간의 호기심. 그러니 세실에게 질책받는 기분이 들어도, 다시금 바닥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이라면 더욱 존재하지 않았다. 무엇을 원하고,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역시 답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있기는 있었고?'라는 질문이었다면, '아마, 있었을 겁니다.'라는 애매한 대답이나 나오고 만다. 명령이 없다면 뭘 하고 싶을까, 군인이 아닌 자신은 무엇이 하고 싶은가. 미카엘은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고, 생각나는 말이 없었으며, 최종적으로 이것들이 전부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그리 생각했기 때문이다.

 

 

  " 어쩌면 ... 분신이, 세실이 원하는 제 모습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 

 

  제 이능력으로 나온 그것은, 자신과 닮았지만 절대 같은 '것'이 아니었다. 미카엘의 분신은 이제 사고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었다. 이전, 미카엘이 분신을 소개하며 했던 '인형에 가깝다'라는 말은 이제 자신을 소개하는 인사말이 된 것이다. 아마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왜 살아가는지. 그 이유를 분신에게 묻는다면 네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면 확연히 분신과 자신이 구별될 것이다. 여전히 겉모습은 똑같았지만, 말하는 행세는 살루타리스 사관학생 무렵을 닮아있으니까. 그러니 분신과 다를 것 없다는 그 말엔 오류가 있는 것이다. 미카엘보다 더 쓸모가 있고, 더 가치가 있는 것은 분신이니까.

 

  " 이제는 제가 분신이라고, 그리 생각될 정도로 ... 저의 도플갱어가 더 유능합니다. 제가 세실의 유능한 부하상에 가깝다면, 분신은... 세실이 재회하여 만나고 싶었던 제 모습에 가까울 겁니다. 원한다면 내가 아닌 그것과 대화하십시오. 자리를 비켜달라 한다면, 비켜드릴 수 있습니다. " 

 

  사적인 교류가 여기까지라는 세실의 말에, 미카엘이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동기가,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에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 고개를 들긴 했던가, 여전히 숙인 채 바닥을 보았던가. 미카엘은 잠시 입을 달싹였다. 자신은 여전히 네가 무너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사람이길 바랐다. 나뭇잎이라면 떨어지지 않고, 바위라면 깎여나가지 말기를. 네가 눈이라면, 손으로 만들어낸 작은 그림자임에도 녹지 않길 바랐다. 변화는 늘 불확실한 결과를 동반한다. 그러니 위태롭지 않고, 불확신 한 것에 내기를 걸지 않도록.

 

  그것이 미카엘이 세실이라는 사람에게 가진 6년의 정이었다. 학교를 졸업하며, 서로가 이리 될 것을 예견하지 않았던가. 지난 세월은 추억하되, 돌아갈 수는 없는 것. 미카엘은 온전히 남아있는 유일한 추억을 더듬었다. 목적을 잃고, 방황하여도 이것 하나만큼은 온전히 자신에게 남아있어서. 그러니 고개를 들며 세실의 말에 쓴 미소를 짓고 만다. 우리가 알고 지냈던 나날보다, 모르고 지낼 날이 더 길어질 테니. 네가 원하는 이상, 목표, 어쩌면 희망이라는 것을 쥐고 살아가라고. 그것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

 

  " 그렇다면 학교에서의 추억을 묻어두고, 라파엘로 불러주십시오. 폴란드지부에서 쓰던 코드네임입니다. 세실, 아니 소위가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 

 

  미카엘 바르바샤가 중사가 되고 가장 먼저 다짐한 것은, 분수에 맞게 사는 것. 

 

 

 

**

 

확신 대신, 그저 분수에 맞는 삶을 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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