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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계속, 그리고 계속 본문

ETC

계속, 계속, 그리고 계속

주화입마 금치 2020. 10. 19.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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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뒤파슷하(@aoa_931107) 님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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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에서 말갛게 웃고 있는 너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팠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집은 당연하다는 듯 비어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먼지가 자욱했으나 그것을 빼고는 눈에 익은 광경이었다. 조쉬는 들고 있던 사진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이제는 흐릿한, 그러나 잊을 수 조차 없는 과거의 흔적이 여기에 새겨져 있었다. 릭과 함께 보낸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것은, 더 이상 세상에 없을 그의 모습을 기록한 유일한 것이었다. 조쉬는 눈을 감았다. 사람은 누군가를 잊을 때 가장 먼저 '목소리'를 잊는다는 말이 있다. 조쉬는 이미 릭이 어떻게 제 이름을 불렀는지 조차 가물가물했다. 조쉬, 조슈아, 조슈아 비처 해리엇, 아닌가? 해리엇으로만 불렀던 적은 있었던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떠올랐지만 정답은 영영 알 수 없다. 답해줄 이는 영원토록 조쉬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릭, 프레드릭, 프레드릭 데일."

 

  그저 조쉬가 기억하는 것이라곤, 자신이 릭을 어찌 불렀는지에 대한 것뿐이었다. 프레드릭으로 불렀더니 너무 길지 않느냐고 '릭'으로 불러달라고 언젠가 말했었는데. 그 기억이 온전한 것인지, 그렇게 말하던 릭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조쉬는 감았던 눈을 다시금 떴다. 차가운 유리파편 너머로 웃고 있는 릭과 자신은, 어쩐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함께 손을 잡고, 식사를 하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숨을 나누며 같은 침대에서 온기를 나누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했었다. '했었다'. 명백히 과거형에 가까웠던 그 일들을 조쉬는, 조슈아는, 조슈아 비처 해리엇은 그리워했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워했다. 벌써 릭에 대한 것들이 이토록 흐릿해졌는데, 시간이 더 흐른다면 자신은 과연 릭이 어떻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릭, 묘하게 눈썹을 찌푸리면서 웃으면 귀여웠지."

 

"완전히 눈을 감고 웃어줄 땐, 볼에 입을 맞춰주고 싶었고"

 

"가끔 화를 내면 좀...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무른 모습이 보여서 좋아했어."

 

"날 위해서 팔을 벌리고 포옹해주겠다 할 땐,... 정말이지 사랑한다고 금방이라도 속삭여주고 싶었고."

 

"언제부터였더라, 함께 살게 된 뒤로 같은 샴푸를 쓰게 된 바람에... 모두가 내 연애 소식을 알았었지."

 

"크리스마스라던가, 부활절이라던가... 온갖 기념일을 가족이 아닌 너랑 보내게 될 줄은 몰랐어. 특별할 것 없었지만, 내 옆에 네가 있었다는 그 사실 하나가 너무 안심이 되었지."

 

"네가 잠든 채, 고른 숨을 내뱉는 시간이 가장 안심이 되었어. 오늘도 우리는 살아있구나, 무사히 내일을 기다리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 이 집이 아닌, 다른 집의 지붕 아래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을 때도... 네가 있음에 안도했었어."

 

"날 위해준다고 늘 무리하고, 티 조차 내지 않던 네가 나는..."

 

 

 

 

"나는 정말이지 싫었어."

 

 

 

 

  조쉬는 테이블에 액자를 내려두었다. 테이블에 쌓여있던 먼지가 그 여파로 자욱하게 흩어졌지만, 괘념치 않았다. 일그러진 그 표정, 그 눈에는 그저 유리표면에 비친 인영만을 투영하고 있었다.

 

"네가 싫어 릭. 정말 싫어해 프레드릭. 맹세하건대, 네가 내 앞에 있다면 네 정강이를 한 대 차주고 싶을 정도야. 프레드릭 데일."

 

  ...... 한 번 열린 입은 계속해서 문장을 만들어 뱉었다. 썩 듣기 좋은 말들이 아님에도, 그럼에도 조쉬는 계속해서 릭에게 말을 걸었다.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르고, 죽었을지도 모르는 이에게. 분명 누군가 조쉬를 본다면 '미쳐도 단단이 미쳤군'이란 말을 할 정도로, 조쉬는 어쩐지 나사가 하나 빠진 듯이 말을 뱉었다. 하염없이, 계속. 누군가 답이라도 해주면 좋을련만, 돌아오는 답이 없는 말들이 일방적으로 벽에 부딪혀 곧 공기중으로 사라졌다.

 

  한참을 그리 악담을 퍼붓던 찰나, 조쉬는 옷장을 열어 가디건을 하나 챙겼다. 무엇하나 청결하고 깨끗한 것이 없는 내부였지만 조쉬는 이것 하나만큼은 꼭 챙겨가야한다고. 강박증이라도 있는 것 마냥 가디건을 움켜쥐었다. 남아있을리 없는 섬유유연제의 향을 막연하게 상상하며, 조쉬는 집을 나섰다. 사실은 정말 좋아한다고, 이런 세상에서 네가 가장 좋았다고. 모든 곳에서 너의 자취를 찾고, 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매 순간 너를 잊은 적이 없노라고. 조쉬는 악담과 달리, 차마 그것들을 말로 뱉어내지 못하였다. 입도 달싹이지도 못한 채, 그저 숨 한 번을 삼켰다. 조금이라도 소리가 새어나가면, 네가 너무 보고싶다고. 네가 없는 내일을 계속해서 맞이하는 순간이 두렵다고, 너와 함께 보냈던 시간보다 네가 없는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 무섭다고. 온갖 투정과 그리움이 섞인 울분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고. 조쉬 스스로가 잘 알고있었다. 자신은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기에, 그래서 늘 제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주며 동시에 모두 받아준 릭에게 끌렸다. 이제는 다시 없을 빛을 그리워하며, 조쉬는 낡은 가디건에 얼굴을 묻었다. 울음을 묻었고 , 눈물을 묻었으며 숨을 묻었다. 

 

"있잖아 릭, 네가 좋아."

 

"너랑 같이 여행 갔던 날, 함께 여행 가는 건 처음이라서 전날 사실 잠을 못 잤어."

 

"네가 내가 아닌, 세계를 위해 선택했을 때도. 나는... 네가 좋았어,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알았으니까. 네가... 네가 바란 것들을 내가 어떻게 부정하고 미워하겠어. 단지... 왜 너여야만 했는지, 왜 네가 그 길을 걸어야만 했는지...... 그럼에도 선택하고 나아간 널 어떻게... 진심으로 미워하겠어. 물론... 약간은 미워. 이것만큼은 진심이야."

 

"그런데 너무 그리워서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나...... 네가 내 이름을 어떻게 불러줬는지도 이제 기억이 안 나"

 

"네가 어떻게 웃으면서 날 안아줬는지도 모르겠어"

 

"네가 선택한 것들을 다 이해하는데, 그런데도 네가 조금은 밉고... 그 작은 미움 때문에 무너질 것 같은데도 네가 그립고 보고 싶으면 어떡하면 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지?"

 

"...... 릭, 날 정말 사랑한다면. 진정 날 위한다면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나도'라고 답해줄 수 있는 선택을 해줬어야지. 여기엔 네가 있는데, 그런데 네가 없어. 모든 곳에 네가 있는데, 너와 함께했었는데. 그런데 이젠 네가 없고, 난... 나는 혼자야. 친구도 없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이도 없어."

 

  가장 익숙하고도 그리우며, 동시에 좋아했던 이의 이름을 부르며. 조쉬는 모든 것을 삼켰다. 그럼에도 나아가야지, 네가 준 것들을 태워버리면 안되니까. 네가 ... 자신에게 준 것들을 잊더라도 나아가야지. 조쉬는 그저 신기루를 따라 걷는 방랑자 마냥 삭막한 거리를 걸어, 새로이 마련된 자신의 보금자리로 길을 떠났다. 언젠가 바이러스에 걸린 릭을 조우할 지, 아니면 평생토록 조우하지 못할 지. 그것은 현재로써는 알 도리가 없었다. 조쉬는 제가 걸어가는 길이 신기루임을 알고 있었다. 그저 부탁한 이가 사랑해마지않는 이였기에 따랐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계속. 계속. 계속. 조쉬가 바스러져, 걷지 못하게 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계속, 계속, 그리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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